신대륙을 찾던 콜럼버스처럼 혹은 금을 찾아 달리던 카우보이들처럼 많은 DX(Digital Transformation) 기술 기업들이 제조현장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제조현장에서는 항상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있고 데이터 역시 여느 분야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DX 전문가들의 눈에는 기회의 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조 현장의 실무인력들과 DX 관계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제조현장에 DX를 접목하는 것이 과연 쉽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제조현장 인력들에게 DX기술이란 귀찮은 것을 넘어서 제조업무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로 DX기술에 대해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의아함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제조현장에 DX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DX기술 도입은 현장의 필요에서 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사결정권자(C레벨 등)에서부터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현장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써야 하지?"가 아니라 "이 기술을 어디에 써먹지?"라는 방식으로 업무가 전개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현장 조직이 위로부터 DX기술 도입 실적 목표를 할당받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목표를 할당받고 급하게 몇 가지 DX기술을 도입 검토한 후, 그 중에서 최근 가장 Hot하다고 하는 AI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자체적으로 AI를 도입할 역량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DX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게 되는데 시작부터 삐그덕거림이 시작됩니다.
DX 전문가는 우리는 AI에 대해 능숙하고 어떤 Needs(예측, 제안, 최적화 등)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장 실무자는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나 Worst 5 정도의 이슈를 뽑아 가지고 옵니다.
그러나 실무자가 뽑아온 문제점 리스트의 대부분은 AI로 접근할 성질의 이슈가 아니거나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운 좋게 조건이 맞아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더라도 이 솔루션의 완료보고 이후 현장에서 자체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솔루션이 됩니다.
슬프게도 위와 같은 사례는 여느 제조업체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례이고 의사결정권자와 실무자의 DX기술에 대한 인식 부족과 목표(실 수요)없는 DX기술 도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촌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뿐만 아니라 현장 실무자도 DX기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현장/실무 인력이 DX기술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데 데이터를 실제로 어떻게 분석하는지 모르더라도 최소한 DX기술에 어떤 것들이 있고 그런 기술을 통해 무슨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만 이해하는 수준이면 됩니다.
그런 실무 인력들이 현장에서 일을 할 때 발생하는 고질적이고 중대한 문제점을 맞이할 때,
"예전에 A라는 DX기술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이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만 가질 수 있게 된다면 DX기술이 성공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 큰 조건을 충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두서없이 전개되었는데 요점은 매우 간단합니다. 현장에 DX기술을 접목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현장 실무 인력에 먼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에게 어떤 DX기술이 있는지, 이런 기술들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Know-How 수준이 아니라 Know-Where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넓게 보고 학습시켜야 합니다.
물론 실무를 처리하느라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여력이 없는 실무인력들에게 잔인한 요구일 수도 있겠지만 제조 현장에 제대로 된 DX기술이 접목되기 위해서는 실무인력들이 DX기술을 어떻게 써먹을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권자들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